기본 정보
상품명 Editorial: 김서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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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JOURNAL
상품간략설명 우리가 김서울을 처음 만난 건 오드플랫의 쇼룸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누구인가요?” 손님의 입장으로 방문한 그는 응대하던 스태프에게 물었다. 나는 뒤늦게 어떤 손님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흥미롭게도 이 질문은 리빙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에디터가 나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었다. 나는 최소한 그가 나처럼 가구에 푹 빠져 있거나 태도가 참 진지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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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김서울을 처음 만난 건 오드플랫의 쇼룸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누구인가요?” 손님의 입장으로 방문한 그는 응대하던 스태프에게 물었다. 나는 뒤늦게 어떤 손님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흥미롭게도 이 질문은 리빙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에디터가 나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었다. 나는 최소한 그가 나처럼 가구에 푹 빠져 있거나 태도가 참 진지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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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다시 만난 건 배송을 위해 그의 공간에 방문하였을 때였다. 불과 우리의 메인 쇼룸으로부터 도보로 10여 분 거리, 최근 오픈한 다른 쇼룸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의 지척에 위치한 성수동 북쪽의 한적한 골목이었다. 가파른 계단을 품은 오래된 건물의 2층에 올라서야 그의 공간에 닿았다. 임스의 많은 가구로 채워진 10평 정도의 작업실은 치열하리만치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커피 드시나요? 제가 커피를 사 올게요.” 그가 권한 커피와 함께 이어진 짧은 대화를 통해 그가 생각보다 더 주변의 사물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음을 발견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인터뷰해 본 적은 없었지만 이를 핑계로 더 깊은 대화를 하고 싶었다. 꽤 시간이 흐른 후 김서울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지난번 커피를 대접받았기에 같은 호의가 예상되어 커피를 미리 준비했다. “저도 학교에 다닐 때 사진을 했어요.” 커피보다 우리가 가져간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먼저 보고 그는 말을 이어갔다. “사진기라는 작은 기계가 가진 메카니즘에 끌렸던 것 같아요. 이 기계가 복잡하게 작동하며 세상을 담아내잖아요. 이 시선들이 궁금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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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잘 드는 오후 1시, 따가운 햇살이 넓은 창을 통해 쏟아졌다. 그의 그림만치나 다채로운 물감 튜브 그리고 가구들은 햇살을 받아 따뜻하게 빛을 발했다. “이 의자가 단단하고 심지어 온기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앉으면 그렇게 편할 수 없어요. 누구나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임스의 마음이 너무 고귀하다고 생각해요.” 임스의 씨폼그린(Seafoam Green) 컬러의 DAR 체어에 기대앉아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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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구를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 산 적이 없어요. 사실 제가 여기서 정말 안 나갈 때는 거의 4일동안 작업을 하기도 하거든요. 주변에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제가 존경했던 사람이 만든 사물을 두면 그 물건이 저에게 좋은 기운을 줘요. 일종의 토테미즘 같은 거죠.”

단단한 돌을 골라 성을 쌓듯, 나 또한 내 주변에 좋은 물건을 골라 늘어놓기를 좋아했다. 이 물건이 만들어낸 성 안에서 나는 안전했다. 내 감정은 시시각각 변했지만, 좋은 물건은 늘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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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업을 하려면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자기의 욕심과 정신의 등가 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이 있거든요.”

책장을 빼곡하게 키 순서대로 채운 책들은 그가 세상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했던 시간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가 가장 잘하면서 취미라 할 수 있는 것은 ‘그림’이지만 그 외의 시간은 책을 읽으며 단조롭게 시간을 보낸다 했다. 김서울을 둘러싼 물건의 창작자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그에게 이로운 기운을 보내는 것처럼, 그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입장에 서서 고뇌하는 인간을 비추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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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업하기 전에는 조선시대로 얘기하면 '문인'이예요. 그런데 작업할 때만큼은 '무인'이에요. 단칼이고 어영부영하지 않아요.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하지 않죠.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색상을 끼워 넣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작업하는 시간보다는 그전에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요.”

그의 작업실에 처음 받았던 작업실답지 않은 단정한 환경, 각을 잡고 놓인 모든 물건들은 그의 성격때문이 아니라 그가 말한 무거운 사명감을 실천하기 위한 생활의 룰이다. 김서울을 둘러싼 모든 물질적 그리고 비물질적인 것들은 그가 말하는 좋은 작업을 위한 기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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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머니는 88년에 쌍둥이 형제를 낳았고, 서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들을 ‘서울’과 ‘모습’이라 이름지었다. 88년은 서울 올림픽이 개최된 해였다. 당시의 서울은 낭만과 활기가 넘치는 그야말로 르네상스와 같았다. 

“예술을 하는 작가라 하면 괜히 낭만적으로 느껴지게 되요. 그래서 저는 저를 시각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해요. 작업할 때만큼은 이성적인 사람으로서 제련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련의 과정은 정확해야 합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그의 말은 꽤나 아름답게 들렸다. 그의 단단한 말은 그가 토테미즘처럼 의지한다는 가구만큼이나 이 세상에 단단한 성을 쌓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 박지우
2023.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