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상품명 Home Tour EP 4: 지민블루, 김지민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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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JOURNAL
JIMIN KIM @not2rue
지민 블루 

DANGJIN-SI, CHUNGCHEONGNAM-DO
OCTOBER 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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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없는 낚시꾼이었던 나에게 서해대교는 늘 기대를 품고 건너던 다리였다. 선배 조사들은 고기를 잡으려면 서해대교를 건너라 말하곤 했다. 조사들의 말은 마법과 같이 지도에 환상을 한 꺼풀 씌웠고, 나는 서해대교를 운수 좋은 곳으로 이끄는 관문처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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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은 이 서해대교를 건너면 바로 목도하게 되는 당진에 살고 있다. 이곳은 낚시꾼들이 여기는 것처럼 좋은 기운을 품은 바다와 닿았을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비옥한 토지로 곡식이 넘치는 땅이다. 풍수해가 많지 않아 쌀농사가 활발한 ‘예당평야’의 이름도 예산과 당진의 지명에서 한 자씩 따서 지어졌다. 김지민은 이곳에서 쪽(인디고) 염색을 하고 있다. 직접 쪽 농사까지 하므로 이 비옥한 땅은 그가 만들고 있는 파란색 세상을 위한 좋은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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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하니 이곳의 사람들은 자그마한 땅을 쉽게 내어주었어요. 서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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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쪽 염색을 위한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는 집은 그가 6살 때부터 살았던 곳이다. 이 집과 담장을 공유하고 있던 성당이 새로 지어지고, 건너편의 공원이 말끔히 단장되는 동안에도 이 집은 변함이 없었다. 1970년대 지어진 이 집은 바닥재까지도 그가 가족과 함께 살았던 당시 그대로다. 가족과 함께 조금 더 살기 편리한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어 이 집이 빈집이 되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살기 편리한 집이 곧 작업이 편리한 집은 아니었다. 그는 이 집을 그의 작업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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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염색을 위해 설계되진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어렸을 적 살던 집을 지금 제가 하는 일을 위해 채워가는 게 재미있어요.”

그는 스스로 가구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가구를 잘 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디자이너와 제조사의 이름을 외우거나 나열된 역사를 암기하는 것이라면 그의 말처럼 가구를 모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대범하게 물건을 놓았고 또 물들였다. 때론 퉁명스럽게 또는 무심하게 가구들은 자리 잡았지만, 그 모습이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그의 공간에 스며들었다. 김지민은 가구를 한다는 나에게 거실의 수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나는 뻔한 대답을 하였으나 분명 그는 더 좋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가구를 참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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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염색하고 직접 바느질하여 교체했다는 파란색 바실리 체어가 방 안에서 영롱하게 빛났다. 그 뒤로 마름모 패턴의 문은 이 집의 역사와 꽤 오래 함께했으리라. 언젠가부터 우리는 집 안에 패턴과 컬러를 두기 인색했지만 그의 집은 이런 면에서 참 너그러웠다. 

“저는 명예욕이 생기는 순간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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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은 혹시 대화에 방해가 될까하여 오디오의 볼륨을 낮췄다. 조용한 마을에서 그의 목소리가 더 단호하고 또렷하게 들렸다. 그는 무형 문화재와 같은 타이틀을 얻기보다는 이 분야의 마스터로서 본질을 꿰뚫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다. 그가 내비친 이 일에 대한 마음가짐처럼 그의 집도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웠다. 무언가를 단단한 마음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확신과 그만한 내공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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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시는 일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요?”

그가 직접 해볼 것을 권한 쪽 염색을 마무리할 즈음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저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규모는 많이 작아지면 더 좋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쉬이 속도를 내기 힘든 쪽 염색을 하며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졌을 것이다. 내가 서 있던 그 자리에서 김지민은 손을 파랗게 물들이며 차가운 물에 수년간 손을 담가왔다. 그의 먼 훗날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아마도 꽤 오래 그의 손은 파랗게 쪽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이다. 


글: 박지우

*오드플랫 'HOME TOUR' 프로젝트는 영감이 되는 개인과 집을 조명합니다. 사진과 글의 저작권은 오드플랫에 있으나 출처를 명시한 경우 자유롭게 공유가 가능합니다.